연구부정행위의 발생 배경과 해법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시 : 2016-10-10 21:27
첨부파일 :

연구부정행위의 발생 배경과 해법

 

김명식 교수 (진주교육대)


연구부정행위는 황우석 사태에서 보이듯 생명과학 분야에서 자주 발생한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과학부정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세포배양처럼 동일한 실험재료를 쓰지 않고서는 실험을 재현하기가 쉽지 않아 학술지에서 행하는 동료 심사(peer review)가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부정행위는 비단 생명과학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1980년대 연구환경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과학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과학사회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나친 연구실적 경쟁 때문이다.출판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publish or perish)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구직, 승진을 위해 학자들은 논문을 내야 하는 압력에 시달리는데, 이것이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를 환경 제공을 한다. 현재 우리나라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아래 특정 분야와 연구실적이 좋은 연구자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면서 연구자들이 연구실적, 특히 양적인 연구실적을 확보하려는 데 관심이 많다. BK21 같은 국가지원사업은 우수한 몇몇 대학만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데, 이때 중요한 기준은 연구자들의 연구실적이며, 자신의 대학과 실험실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연구자들은 연구업적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phd100311s.bmp


 

둘째, 연구의 상업화 때문이다. 특허를 내고 돈을 벌어라”(patent and profit)는 말에서 보이듯이 이제 연구는 연구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상업적 목적과 결부된다. 대학 또한 대학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산학협력을 강조하고 소속 교수들로 하여금 특허권을 확보하도록 독려하며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연구의 상업화는 학자들에게 외적 보상을 강화함으로써 연구부정행위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과거 연구자들이 주로 급료 형태로 보상을 얻었다면, 지금은 특허권, 주식, 스톡옵션 등의 형태의 보상을 받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학자들은 학문적 만족 같은 내적 보상보다는 돈과 같은 외적 보상에 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물질문화가 지배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구자들 또한 물질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셋째, 연구의 분업화 때문이다. 현대과학에서 공동연구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연구의 분업이 극단적으로 진행되어서 같은 연구팀에 속한 연구자들 사이에도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연구의 쪽방화(compartmentalization)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데이터를 조작할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가령 2005년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황우석 교수 실험실을 평가하면서 고도로 칸막이화된 공장 조립 라인을 닮았다고 보도했다. 정보교환, 소통이 없는 실험실은 부정과 갈등의 씨앗이 자라는 배경이 되는 셈이다.

 

넷째, 실험실의 비민주화 때문이다. 실험실의 인간관계가 위계적일 경우, 하층 연구인력에게 업무 부담과 노동 강도가 과도하게 강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의사결정은 연구책임자나 상위의 소수 연구자들에 의해 독점되고, 심할 경우 하층 연구인력이 기여한 성과에 대해 인정이나 보상 없이 상층 연구인력이 전유하는 착취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부정행위 중 위조는 17.2%, 변조는 27.4%, 표절은 28.5%가 심각한 반면, 부당한 저자표시는 52.8%로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과학자사회의 위계구조에서 연령과 직급이 낮은 하층과학자들이 지적 착취를 당하고 있으며, 이에 분개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렇다면, 연구부정행위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심각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것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연관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압축성장과 관련된다. 압축성장에 익숙해져 과정보다는 결과, 노력보다는 성과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우리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박정희 시대 이래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경유착, 부동산 투기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것들이 존재하고, 여기에서 학계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결과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에 정당성에 대한 고민이나 문제 제기는 사치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둘째, 선택과 집중에서 강조되는 일등주의와 관련된다. 우리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지 오로지 금메달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은메달은 무시되어왔다. 그래서인지 은메달을 딴 선수가 기쁨이 아닌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기이한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또 어느 회사는 역사는 오로지 1등만을 기억한다고 공공연하게 광고까지 했다. 그러다보니 광범위하게 연구인력들을 육성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손쉽게 소수의 과학자에 의존하려는 사회현상이 만연되었고, 이들에게 집중적인 지원이 이루어졌다. 과거 황우석 사태에서 우리는 이러한 전형을 발견한 바 있다.

 

셋째, 우리나라 학계에 잔존한 봉건주의 유산이다. 의사결정이 소수의 상층부에 의해 독점되는 것은 정부나 기업뿐만 아니라 학계에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가장 자유로워야 할 대학과 연구기관에 도제식 사제 관계가 지배적이어서 민주적인 소통은 부재했다. 그러다보니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고 때로는 내부고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리고 우리사회에 만연한 학연, 지연 문화에서 학계도 예외일 수 없었다. 연고를 가진 사람들끼리 뭉치고, 서로 봐주는 탓에 연구선정, 연구관리 및 연구평가 과정에서 부조리가 발생하곤 했다.

 

이런 점들을 다 고려해 볼 때 연구부정행위의 발생은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해법 모색은 사회구조에 대한 반성적 성찰에서 시작되어야 할것이다.

참고자료


김명진(2002), 한국의 과학윤리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 과학사상43.

김문조, 김종길(2010), 과학선진국 연구윤리 가이드라인과 한국사회에의 시사점: 미국 영국 독일 덴마크

사례를 중심으로, 담론132.

 김환석(2007), 과학부정행위의 구조적 원인, 과학기술학연구72, 한국과학기술학회.

 송성수(2011), 과학자 사회: 연구실 안과 밖의 과학자, 이상욱 조은희 편, 과학윤리특강, 사이언스 북스.

 오철우(2011), 황우석 사건을 다시 돌아보며, 공학교육, 185, 한국공학교육학회

 홍성욱(2011), 연구윤리의 사회적 맥락, 공학교육185.

 

토픽 이미지 출처 : technorati.com


 

이전글 국내 연구윤리 규정의 문제와 개선 과제
다음글 표절 시비의 그림자
목록


 
[46958] 부산광역시 사상구 백양대로700번길 140 신라대학교 교양과정대학 내      [개인정보보호정책]
TEL 010-5471-9944 (총무위원장)      FAX 051) 999-5670      ddpa2@ddpa98.org
Copyright ⓒ The DaeDong Philosophical Association,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