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SN: 1229-0750
대동철학 (2011)
pp.129~151
타카하시의 고약한 은유
이 글은 타카하시 토오루의 주리·주기라는 개념틀이 하나의 고약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사소한 철학적 은유라고 주장하려고 한다. 일차적인 의미에서 타카하시의 개념틀은 발선(發善)·교악(矯惡)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수양론의 양대 유형을 본체론적 차원의 진술로 대체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은유적 표현이다. 이 은유는 정확한 의미에서 성리학의 본체론과 수양론이 갖는다고 가정된 이론적 인과성을 바탕으로 한다. 즉 수양론은 심성론에 좌우되고, 심성론은 본체론에 좌우된다는 이론적 관계를 가정하고, 이 가정 속에 포함된 인과성을 연결 고리로 해서 수양론에 해당하는 진술을 본체론에 해당하는 진술들로 표현한 것이다. 이차적인 의미에서 타카하시의 개념틀은 유가 도덕성 이론의 ‘범주소(範疇素)’라고 할 수 있는 규범성의 원천에 대한 논의를 포괄하지 못한다. 유가 사상의 근원적인 논점은 송명 모든 유가 사상가들을 동일한 사유의 궤적으로 이끄는 규범성의 원천이라는 철학소 자체이다. 그리고 성리학에서 규범성의 원천에 대한 탐구는 초월-선험 논변의 착종이다. 이러한 논변의 타당성과 한계를 검토하고 비판적으로 유가사상을 재구성하려는 우리의 당면한 철학적 목표와 작업에 비춰볼 때, 타카하시의 개념틀은 거의 언급의 여지가 없는 낡은 철학적 은유라는 점이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