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SN: 1229-0750
대동철학 (2010)
pp.253~274
회의론과 인간조건 ― 스탠리 캐블 연구 1
회의론은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의 가능성을 의심한다. 근대에 데카르트 Descarets가 몽테뉴 Montaigne의 회의에 답변하려 한 이후로, 많은 인식론자들의 반 회의론적인 논박과 비판이 이어졌었다. 최근 캐블 S. Cavell은 회의론에 대한 이런 대응 자체를 잘못된 시도로 간주하고, 이론적 물음이 아닌 더 깊은 화제로서 회의론을 다루고 있다. 그는 ‘회의론의 진리’ 혹은 ‘회의론의 교훈’을 인간의 유한한 경험과 인간 조건이라는 관점에서 이끌어내려 했다. 이 글은 캐블의 회의론 해석을 다른 현대철학자들 특히, 스트라우드 B. Stroud, 로티 R. Rorty 의 관점과 비교하였다. 회의론의 물음은 철학에 도구적인 가치만을 갖는 것도 아니며, 또한 철학에만 고유한 편협한 의미를 지닌 것도 아니다. ‘확실성’에만 집착하는 데카르트 이래의 프로젝트는 잘못 정위되었다. 회의론이 실제로 드러내는 진실은, 세계의 현존이 앎 knowing의 함수가 아니라, 인정 acknowledgement의 문제라는 점이다. 캐블에 의하면, 회의론의 근저에는 억제하거나 없앨 수 없는 소망이 있고, 그 회의의 충동은 인간의 사고와 언어에 불가피하다. 인간의 유한성 탈피라는 환상은 인간의 본질이므로, 회의론을 치유의 대상인 ‘질병’으로 간주하는 것도 잘못된 관점이다. 그렇다면 인간성의 조건과 한계를 지적인 난제, 수수께끼로 해석하고 전환시키려는 종래의 전통 인식론의 시도들은 이제 포기되어야 한다. 이렇게 캐블의 회의론 해석에 이르는 길을 조명하고 점검함으로써 ‘회의론의 진리’가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하며, 이로써 세계와 인간의 관계가 ‘앎’의 관계가 아니라는 그의 주장이 도덕적 지평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표다. 세계가 ‘수용 accept’되어야 하고, 타인의 마음은 ‘인정 acknowledge’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셰익스피어의 비극과 헐리우드 희극영화에 대한 분석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확실성을 추구하는 일은 우리를 실패와 비극에 이르게 하며, 유한성을 받아들이고 세계와 동료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캐블 주장의 요체다. 결국 우리에게 부가적 지식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정, 수용, 신뢰와 같은 삶의 방식에 의해 우리의 인간관계가 변형될 수 있다는 캐블의 주장은, 회의론 논의가 가질 도덕적 함의를 깨닫게 해준다. 비극이나 광기에 무너지지 않는 삶을 위한 덕의 교리로서 제시될 수 있는 바, 회의론에 담긴 진리와 그 도덕적 차원은 앞으로 더욱 논의되어야 할 과제다.
Skepticism and the Human Condition ― On Stanley Cavell 1
Skepticism doubts the possibility of knowledge of external world. In modern times, ever since Descartes attempted to respond to Montaigne's skepticism, many epistemologists have criticized and disputed the validity of skepticism. Recently, S. Cavell has deemed all these previous responses to skepticism as wrong attempts, and has dealt with skepticism not merely as a theoretical question but as a deeper issue. Cavell tries to view 'the truth of skepticism' or 'the moral of skepticism', from the perspective of the conditions of the humanity, or human finitude. This paper compares S. Cavell's conception of skepticism to that of other modern philosophers, including B. Stroud and R. Rorty. The value of the question of skepticism is not limited to its being an instrument of philosophy, and its range of influence surpasses the bounds of philosophy. Since Descartes' narrow focus on the certainty, the project of epistemology has been wrongly oriented. The truth of skepticism is that the world's presence is not the function of the knowing, but the problem of acknowledgement. According to S. Cavell, unappeasable craving surrounds skepticism, and such an urge of the skepticism is inevitable in the thoughts and languages of the mankind. Breaking the human finitude being the essence of men's illusion, it is wrong to deem the skepticism as a 'disease' subject to cure. In the same manner, the previous attempts of the traditional epistemology to consider the conditions of humanity as an intellectual lack and to convert it to puzzles to be solved must be abandoned. The ultimate goal of this paper is to further validate S. Cavell's arguments, that the relation between the world and the mankind is not based on 'knowing', and enlarge the moral dimension of his arguments. Cavell's argument that the world is to be accepted and presentness of other minds is to be acknowledged is supported by analysis of Shakespearean tragedies and of Hollywood's comedies. The essence of Cavell's arguments show that pursuing certainty leads us to failures and tragedies, and urge us to accept the human finitude and acknowledge the world, other minds, as well as our self-identities. In the end, Cavell's argument ― that it is not additional knowledge that is required but ways of life such as recognition, acceptance, and trust, that can form and transform human relationships ― enables us to understand the moral implications the issue of skepticism entail. The truth in skepticism that could be established as a doct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