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SN: 1229-0750
대동철학 (2010)
pp.181~208
중국의 <유마경>해석 변천에 관한 일고찰 ― 수나라 3대법사의 ‘유마힐’해석을 중심으로
유마경은 중국 불교 수용사 서술의 중요한 지남이 되며, 그 영향은 사상, 문화 등 분야에 고루 남겨져 있다. 구마라습이 406년에 유마힐소설경을 역출한 남북조시대에서부터 당대에 이르기까지 매우 많은 주석이 이루어졌다. 이 시기는 중국불교가 외래종교에서 벗어나 토착화로 이행하려하던 과도기에 해당한다. 그러한 사상사의 분위기에서 유마경 해석이 어떻게 변용되었고, 중국불교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고찰하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 본 논문에서는 그 방법으로 구마라습의 經題에 보이는 ‘維摩詰’의 어의해석에 대해서 정영사 혜원, 천태대사 지의, 가상대사 길장의 해석을 검토하고, 유마경의 중국적 전개의 일면을 파악할 것이다. 유마힐소설경은 경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확한 음사어를 경의 제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겸역 이래의 전통을 중시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유마힐’이라는 음사어를 채용했다. 이것은 당시 ‘유마힐’이라는 명칭이 중국불교에 정착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나라 이후에는 그 음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새로이 역출되는 불전에서는 ‘毘摩羅詰’ 등 보다 범어에 가까운 음사어로 바꾸는 경우가 많았고, 현장에 의해 한역이 다시 시도되지만, ‘유마힐’, ‘淨名’을 다른 말로 대치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유마힐’의 어의해석을 중심으로 여러 주석을 비교하면 구마라습보다도 승조가 혜원, 길장 등에 보다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들에 비해 지의의 설은 범어에 대한 오독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독창적인 해석이라는 점이 눈의 띈다. 번역명의집에는 그 법통을 이은 천태종 지원의 설을 가져오면서도 지의의 설이 소개되지 않은 것처럼, 지의의 어의해석은 너무 비약된 내용이었기에 일반적인 해석으로 수용되지는 못하였다. 다만, 지의는 자신의 해석에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한 결과 종교적 의의로까지 승화될 정도의 해석을 남겼다는 의미에서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구마라습으로부터 혜원, 지의, 길장에 이르기까지 약 200년의 시간적 차이가 있지만, ‘유마힐’에 대한 해석을 비교할 때 그 간에 확립한 교학을 배경으로 객관적인 어의해석으로부터 벗어나 주체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해석 변화는 중국의 불교 수용사에서 변용과 전개의 한 패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