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SN: 1229-0750
대동철학 (2008)
pp.91~116
20세기 초엽 천도교의 인내천 교의 및 심성론에 대한 비판적 연구
이 글은 1900년대 천도교 인내천 교의 및 심성론의 내용을 분석하고 인내천과 19세기 시천주 사상, 그리고 인내천과 계몽, 개화, 자강 노선 사이의 관계 문제를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손병희의 초기 저작에서는 한울님이 만물 생육의 주체라는 점, 한울님이 자연 생명운동의 기운으로 현현된다는 점 등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어 19세기 시천주의 교의를 충실히 계승하고 있으나 「무체법경」에 이르러서는 한울님의 인격성이 형식화·약화되고 氣 개념의 본래적 의미가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 「무체법경」에서 주로 心을 설명하기 위해 쓰이는 氣는 내 안의 한울 본체를 뜻하는 性理 개념과 한 쌍을 이루고 있다. 손병희는 性理가 자신 안에 心氣를 간직하고 있고, 性理 자신의 펼쳐짐에 의해 心氣가 형성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최제우가 제시한 神靈과 氣化라는 한울의 두 모습을 응용한 것이지만 氣를 마음의 범주 안에 가두고 있다는 점에서 19세기의 동학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무체법경」은 19세기 동학의 한울님이 지니고 있던 세 가지 함의 가운데 내 안의 한울 관념을 중심으로 나머지 함의들을 포섭시키고 있으며, 이 틀을 가지고 性과 心의 세 가지 모습에 대해 체계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만물이 物情心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울이라 선언될 수 있는 까닭이 최시형처럼 변증법적으로 사유되지 못하고, 양자가 분절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서구 근대문명에 대한 태도의 근본적 변화를 바탕으로 하여 20세기 초엽에 이루어진 천도교의 이러한 교리 수정은 인격적 한울님의 의미를 약화시킴으로써 인간중심적 세계관의 초석을 놓으려 했고, 氣를 마음 안에 가둠으로써 서구적 근대화 노선으로의 전환을 정당화시키려고 했으며, 근대적 가치를 수용함으로 인해 생겨나는 한울, 인간, 자연 사이의 분열의 문제를 불교적 혹은 심학적인 사유방식으로 극복하려 했다는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