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SN: 1229-0750
대동철학 (2007)
pp.87~112
정호의 生理, 生意, 仁에 대한 생명론적인 접근
이 글은 정호사상의 핵심인 生理, 生意, 仁의 논리체계를 생명론적인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다. 형이상적, 보편적, 천지 내적 성격을 띠며 만물을 낳고 기르는 生을 중심내용으로 하는 생명본체인 천리는 有善有惡이라는 굴절된 표현과 그 표현 이면의 심층적 가치라는 이중적 측면을 지닌다. 神, 誠이라 규정되는 이 가치를 계승하는 萬物은 생장하려는 뜻인 生意를 통해 자신의 존재론적 善, 자연생명의 가치를 드러낸다. 천의 生理가 자연존재의 차원에서는 生意로 표현되는 반면, 인간 덕성의 차원에서는 仁으로 표현된다. 정호는 天의 生理에서 인간의 仁性에 이르는 논리적 계기를 ꡔ중용ꡕ의 天命之謂性 관념에 의거, 종적, 형식적 측면에서 규명하기도 하며, 告子의 生之謂性을 자신의 生理 관념과 연결시켜 性의 내용이 生이고, 그리하여 仁과 生理가 내용적 동일성을 지님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生理, 生意, 仁은 그것들이 각각 생명을 낳고 기르는 이치, 자기생명을 생장시키려는 뜻, 타자 생명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점에서 생명의 가치에 대한 적극적 긍정이라는 내용을 포함하며, 이 점에서 삼자의 내용적 동일성은 확보된다. 그러나 生理가 낳음의 원리인 동시에 ‘살림’의 원리라는 점에서 그것은 생명의 자기중심성을 의미하는 生意와는 분명히 다른 함의 또한 갖는다. 이에 비해 타자를 살리려는 마음인 仁은 天의 타자를 위하는 살림과 상응관계를 이루어, 生意와는 달리 生理가 지닌 ‘살림’의 원리를 전면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생명 중심적 시각에서 보면 자연물의 자기중심적 생장의 운동이 도리어 인간을 살리는 결과를 낳기도 하기 때문에 정호의 미루어감(推)이라는 논리는 절반의 진리만을 드러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