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SN: 1229-0750
대동철학 (2003)
pp.1~26
장자 철학에서의 ‘성심’에 대한 성찰
이 글은 장자의 제물론에 단 한 차례 등장하는 ‘성심’의 의미를 통하여 장자가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상적 마음의 양태에 관하여 고찰해 봄으로써, 장자의 철학적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는 ‘심재’와 ‘좌망’의 영역을 밝히는 논의의 선결적인 전제 역할을 담지한다. 기본적으로 장자는 인간의 마음에 관하여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일차적으로 일상적 인간이 지닌 마음의 양상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개념이 다름 아닌 장자의 ‘성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성심’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단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로부터 ‘성심’에 대한 해석은 전통적으로 천연한 본연의 마음이라는 긍정적 의견과 일상의 편견을 가리킨다는 부정적 견해의 두 가지가 대립되어 왔다. 본고는 이 두 가지의 해석 중에서 후자의 의견이 ‘성심’의 본의에 보다 부합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일상적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편견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관하여 고찰해보았다. 그 결과 ‘성심’은 분별지와 욕망이라는 두 영역에 깊이 관여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로부터 ‘성심’은 항상 자아와 타자를 분열하고 타자를 자신의 영역에 복속하고자 하는 존재 열망의 상태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지식과 욕망의 두 영역이 ‘성심’의 영역에 깊이 관여되어 있기는 하지만, 본고는 이 두 가지의 영역 중에서 특히 일상적 마음에 깊이 관여되어 있는 지식의 문제를 중심으로 ‘성심’의 편견적 상황에 대하여 주로 살펴보았다. 그 결과, 가변적이고, 단편적이며, 부분적인 분별지를 통해서는 전체적이고 보편적인 진리의 세계를 온전하게 밝힐 수 없다는, 분별지의 근원적 한계를 노정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성심’의 부정적 성향으로 인하여 장자는 결국 ‘성심’을 해체할 대안적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으며, 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심재’ 내지는 ‘좌망’과 같은 진리에의 환원적 대안의 전략이었음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심재’와 ‘좌망’의 두 방법이 서로 구분되는 두 가지의 것으로서 해석될 수도 있겠으나, 이를 동일한 선상에서 이해한다면, ‘심재’와 ‘좌망’은 다 같이 분별지와 욕망의 영역을 해체하는 장자의 대안적 방법이라고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심재’와 ‘좌망’은 다 같이 자아와 타자와의 이원적 대별성을 부정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