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SN: 1229-0750

대동철학 (2002)
pp.227~253

지역에서 세계읽기― 동아시아연대와 그 가능성

김태만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

21세기는 자본의 전지구화와 그에 따른 세계 표준의 획일화가 강화되고 있다. 강과 약, 소유와 분배, 자본과 노동이 균형을 상실한 채 기울어져 가고 있다. 미국과 서구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세계화는 부정되어야 한다. 서구는 비서구의 문명들과 소통하고 대화해야 한다. 나아가, 낯선 문명들과의 성숙한 만남을 위해 경쟁과 혁신이 어떻게 공존의 가치 속에 수용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연대와 화해를 토대로 소통과 대화의 세기를 위해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는 점()들의 네트웤이 가능하기 위해, 주변과 중심을 극복한 ‘지역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나()’에서 출발된 지역‘들’이 수평의 점들로 만나 ‘복수()’를 이룰 때, ‘상생’과 ‘화해’의 신세기가 열려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개념은 개체의 물질적 이해에 착근한 것이 아니라, 곧은 주체의식의 확정이라는 의미에서의 ‘나’이다. 또한 개체로서의 ‘나’가 아니라 집체로서의 ‘우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단수()로서가 아닌 복수()로서의 ‘나’ 개념이라는 점이다. 더 넓게는 인류 공동의 희망과 번영을 위해 ‘우리 함께’라는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조화의 세계를 지향’하는 화이부동()의 가치를 일상() 속에서 실천해 나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동아시아 연대()구축에 중국 중심주의라는 걸림돌로 이해되면서 부정적 혐의를 벗지 못하고 있는 기존의 중화주의의 핵심 내용을 성찰적으로 재점검해보고 그것이 세계체제론에 대항하는 동아시아적 대안으로 성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지 그 단초를 열어 보고자 한다. 중화주의에 대한 반성과 재평가는 동아시아에 있어서 중국중심의 중화주의와 일본중심의 아시아주의를 양방향으로 뛰어넘어 진정한 연대와 교류가 가능할 수 있는 근거틀을 구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매우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세계체제 개념이 일단 서구 중심적이라는 혐의를 받더라도 그 중심성을 회의하기 위하여 나온 개념이고, 중화주의 역시 여전히 오해의 요소를 지니고 있는 개념이긴 하지만, 이 두 거대 담론을 대척점에 배치시켜 놓고 세계체제 개념과 중화주의가 서로 반성적으로 작용하게 한다면 어쩌면 21세기 동아시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은 중화주의가 지극히 중국 중심주의적인 개념일뿐더러 서구적 입장에서 보더라도 옥시덴탈리즘의 혐의를 벗어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 방향의 편향()을 긍정적으로 극복해 낼 수만 있다면 서구적 입장에서 주장되고 실천되는 세계체제론적 관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긍정적 측면이 없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한 가정에서 중화주의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그것이 중국 중심의 사유체계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기 동아시아 21 내부에서 폭력적이지 않으면서도 수평대등한 연대구축 가능성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동아시아를 아우르고 나아가 미국 주도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하나의 대응논리로 탄생될 수 있는 것이다. “전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은 구호이다. 동아시아야말로 전지구적 사유와 아시아적 사유가 활발히 길항하면서 소통하는 매개지역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부터 진행된 세계화 과정에 있어서 동아시아가 가장 큰 피해지역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 낼 때 동아시아가 세계화의 대안이라는 발상이 가능해 진다. 또한 동아시아 지역의 민족주의를 강화시킨 것이 다름 아닌 세계화 과정이었다는 역사를 용인할 때 ‘과장된 동아시아’라는 지역주의의 허구성을 파악해내고 지역적 사고의 순수성을 회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유가 가능할 때 동아시아는 세계화(Globalization)적 사유와 지역화(Localization)적 사유가 중첩되면서 활발히 충돌하는 세방화(Glocalization)를 지향하는 회통()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동아시아 역내 세계화와 지방화가 행복한 화해를 이루어 낼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는 ‘지역에서 세계읽기’의 연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地域から世界を讀む ― 東アジア連帶とその可能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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