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사회의 예는 무엇보다도 인간관계 가운데 가족을 소중히 하는 점에 특징이 있다. 서구에서는 부부중심이며 또한 혼인도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데 비해, 동아시아의 경우는 부모-자식 중심이며, 반드시 애정을 바탕으로 가정을 유지하지 않으며, 가정 그 자체의 가치를 신성시한다. 오늘날 청춘남녀들이 서로 애정으로 만나 가정을 이루다가도, 그 애정이 식으면, 서슴없이 이혼하는 풍토 속에서도 이러한 동아시아적 ‘가정중시’의 인간관계는 일종의 가정보호의 역할를 수행할 수 있는 가치이다. 상례나 제례의 의례에서 보듯, 동아시아인들은 조상을 숭배의 대상으로 하며, 그 유체를 소중히 한다. 생명의 존엄을 유체에까지도 적용하며, 그 혼백을 제례의 대상으로 한다. 동아시아 사회는 이러한 가정을 중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개인과 사회를 연계했으며, 그러한 전통은 때로는 국가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가부장家적 종법적 위계질서를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아시아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가족중심의 예나 공동체의 예는 지도자나 연장자를 존중하고, 가족과 자녀를 소중히 하고, 가까운 인간관계에 대해 인정과 충실을 기할 수 있지만, 역으로 말하자면, 지도자와 연장자의 권위주의로 인해 혹은 가족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또한 가까운 인간관계에 연루됨으로 인해 불공정한 예로 작용할 가능성도 가진 것이다. 예라는 개념은 예절과 의례로 함축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의례의 예도 인간과 인간사이의 예절을 표현하는 것이다. 예컨대 조상에 대한 제례는 조상과 나의 인간관계의 표현인 것이다. 그리고 그 예의 핵심정신은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고 남을 생각하는 ‘극기복례克’의 태도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국가’ 간에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하지 않고, 남과 조화를 이루려는 정신, 그래서 더 좋은 가정을 이루고 더 좋은 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 동아시아사회에 있어서 예의 본질적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