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SN: 1229-0750
대동철학 (2017)
pp.81~102
자유의지에 대한 과학적 증명, 그 의미와 한계 - 후성유전학을 둘러싼 철학적 논의를 중심으로
이 글은 후성유전학에 기초하여 전개되어온 철학적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쓰여졌다. 후성유전학은 개체의 영양 상태나 정신적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DNA메틸화, 히스톤변형, 비번역 RNA의 작용 등의 요인을 통해 유전자의 발현 여부와 발현정도가 조절되고 최종적으로 개체의 표현형질이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내용은 사람들이 스스로 환경을 선택하고 의도된 정신적 경험을 부여함으로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어 자유의지 성립을 위한 주요한 근거로 제시되었다. 후성유전학과 연관된 자유의지 논증은 그동안 진화론, 유전공학, 신경과학 등의 분야에서 주장된 유전자결정론이나 유물론적 기계론을 극복하고 나아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거나 원하는 대로 각자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함축하는 것이어서 사회적, 철학적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후성유전학적 근거가 제대로 밝혀진 경우는 몇몇 사례에 불과하고 특히 분자적 수준에서의 인과성을 통해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해 논의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후성유전학 연구가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 유전공학의 안정성 문제에 대한 논의에서 충분히 드러났듯이 인간은 기본적인 구조로 환원되기 어려운 유기체적 복잡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DNA발현부위를 조절하는 보편적인 후성유전 법칙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성유전학이 과거 본성과 양육의 대립논쟁을 뛰어넘어 이 둘을 하나의 메커니즘안에서 종합적으로 설명하고 유전자결정론을 극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하지만 유전자발현부위 조절에 대한 일반적 원리가 정립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후성유전학을 자유의지 성립 근거로 제시한다면 논리적으로 반박당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어 보다 신중한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Scientific Proof of Free Will, Its Meaning and Limitations - Focusing on Philosophical Discussion on the Epigenetics
This thesis aims to examine critically philosophical debate that has been based on the findings of epigenetics. Epigenetics is characterized by the fact that expression itself and expression levels of genes are regulated through factors determined by the nutritional status and mental experience of individuals. This implies that people can control their gene expression by choosing their own environment and giving them the intended mental experience, which is presented as the main basis for establishing free will. The free will argument associated with epigenetics has been presented as a major basis for overcoming genetic determinism or materialistic mechanics in the fields of evolution, genetic engineering, and neuroscience, and furthermore, to treat various diseases caused by gene mutations. It implies the possibility of controlling each person's behavior as desired, so much attention has been focused on philosophical implication. However, the cases in which the epigenetic basis is revealed scientifically are only a few. This will not be easy to improve even if research continues to be done in the future. It is not easy to find a universal epigenetic rule that regulates DNA expression sites, as human organisms are complex organisms that are difficult to be reduced to basic structures, as has been fully demonstrated in the discussion of past genetic engineering stability issues. It is highly appreciated that epigenetics can explain both a mechanism beyond the controversy of past nature and nurturing, and provide grounds for overcoming genetic determinism. However, if the generic principle for controlling the gene expression site is difficult to establish, suggesting epigenetic genetics as a basis for establishing free will will not only be logically contradictory but may also lead to various social problems. Therefore we need to take a more cautious approach in this regard.